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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정욕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바른 욕망이라는 정답을 찾기 불가능한 질문에 답하려는 인간군상들의 영화입니다.
검사 테라이 히로키는 요새 아들 때문에 신경이 쓰입니다. 등교 거부를 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밥상에서 가져와 자신도 학교를 다니기보다는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테라이는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거나, 탈선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체제의 ‘버그’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대상이 늘 심판하던 범죄자가 아니라, 자기 아들입니다.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마지못해, 유튜브와 홈스쿨링을 허락하지만, 상당히 내키지 않은 기색을 감추기는 어렵습니다.
삶의 낙이랄 것이 없는 쇼핑몰 직원 기류 나쓰키는 세상에 혼자 고립된 느낌입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을 ‘이해’해 주었다고 생각한 친구가 전학 간 이후로, 그녀는 세상 모든 자극에 무반응으로 서서히 썩어가고 있습니다.
사사키 요시미치는 성적 충동을 ‘물’에서만 느끼는 페티시를 가진 사람입니다. 과거 자신과 비슷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의 신문 기사를 소개하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발표합니다.
자신도 그렇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였을까요?
그는 여성에게 흥미가 없습니다. 남성에도 흥미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흐르는 물에 흥분합니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목표도 없습니다.
간베 아야코는 남자만 보면 움츠러듭니다. 일반적인 대화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남성 혐오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어쩔 수 없는 욕망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비극적입니다.
모로하시 다이야는 물 페티시를 가진 또 다른 청년입니다. 그 역시 자신에게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욕'의 전개는 어찌 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무결한 소수자 VS 이해하지 못하는 다수의 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전개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게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령 ‘페티시’라는 것은 성욕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은 그다지 보여주지 않거나 깔끔하게 ‘정제된’ 장면만 나오기 때문에 애매합니다.
약간은 질척거리는 페티시의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성적 흥분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선’ ‘악’이 아닌 ‘인간’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대중’들이 이해해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거의 모든 생각이나 신념에 대해 허용하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용인선이라는 것이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가령 영화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유튜브에 물이 흐르는 영상을 틀어놓고 자위하면서도, 그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는 모로하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모로하시가 게이라서, 남성의 영상을 틀어놓고 자위하며 자괴감을 느끼는 장면이었다면, 상당히 이해하는 관객이 많았을 것입니다.
반대로 여성 인물이 레즈비언이라서 여성의 영상을 틀어놓고 자위하는 장면이었다 해도 비슷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로하시의 성적인 대상은 ‘물’입니다.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사사키 요시미치와 기류 나쓰코 역시 그렇습니다.
여기서 이 인물들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면 ‘남성’·‘여성’에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 ‘물’에서만 그것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사사키와 기류의 ‘가상섹스’ 장면에서 이는 구체화됩니다.
언론에서, 소설에서, 유명인이, 영화에서 다양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물’에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테라이 히로키는 자기 아들조차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해, 결국 아내와 이혼합니다.
간베 아야코는 자신의 욕망을 직접 드러내기 어려워해, 인스타에서 깡계로 남성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사사키 요시미치와 모로하시는 ‘물’에 대한 욕망을 나타냈을 뿐인데, ‘아동 성폭행범’과 엮여서, 검찰 수사를 받기에 이릅니다.
어디까지가 허용된 욕망이고, 어디부터가 그릇된 욕정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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