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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영화 감상 2023. 12. 7. 13:40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마히토가 겪는 신비한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생략한 것일까요.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요소도 있어 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타공인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입니다. 그런 그를 작중의 ‘큰할아버지’ 마히토를 그가 찾는 ‘후계자’라고 단순화시켜서 생각해 봅시다.
탑을 쌓아줄 사람을 찾는 큰할아버지, 결국에는 그를 이어 탑을 쌓아 줄 계약자는 ‘마히토’가 아니었습니다.
탑의 세계는 큰할아버지의 세계이지, 마히토의 세계는 아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큰할아버지의 후계자 양성방식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그래서 그런지 새삼 영화의 제목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과 큰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감독 본인의 자전적 내용이라는 느낌이 상당히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히토’의 이야기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버전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고 할까요? 주인공, 마히토의 이야기는 소년의 모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정적입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읽어보라고, 감상하라고 권하지만 막상 청소년이 보면 별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키리코 할머니, 하사코 엄마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만나 탑을 여행하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입니다만,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큰할아버지와 마히토의 관계를 더 조명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자전적 내용을 더 상세히 담는 것은 부담스러웠을까요?
탑을 새로 쌓아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탑의 세계관이 붕괴하는 것 이외에 마히토의 대사 중 중요한 대사는 아무래도 새엄마 나츠코를 표현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청소년이 새 엄마를 받아들이는 대사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성숙하다고 지적해야 할까요? 아니면 표현이 너무나 문어체에 가깝다고 지적해야 할까요? 결국 이 영화는 누구의 이야기를,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다시 말하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영화는 청소년기 주인공의 성장드라마라고 보기도 약간 애매하고, 노감독의 자전적 영화라고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이도저도 아닌 측면이 조금 있어서 관객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영화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あの塔は人の建てたものではありません。” 그 탑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에요.
이 대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몽환적인 모험을 예상한 독자들은 생각보다 이야기가 ‘질질’ 끌린다고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본격적으로 ‘큰할아버지’의 일생을 회고하면서, 서술하는 자전적인 내용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간실격의 유명한 구절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이 유명한 구절처럼 큰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해도, 극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큰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몰입해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에게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을 만 합니다.
탑의 계승을 원하는 것은 큰할아버지이지 마히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마히토가 나오는 분량이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히토는 분명 주인공이고 그의 모험과 성장은 주요 소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가 맞닥드리는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줄거리의 한 부분이 아닌 우화적 요소를 지닌 극중극의 성격마저 띠고 있습니다.
소년의 성장드라마, 할아버지의 탑의 계승, 여러 동물들을 이용한 우화적 내용들. 어느 것이 가장 영화에서 주된 요소라고 명확히 단칼에 잘라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세가지 갈래길에서 영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상당히 애매한 자세를 취합니다. 명백한 목적지를 표시해 주지 않는 영화가 호평을 받기는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의 내용을 되새김질하다 보면, 소설이었다면 더 나았을 장면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같은 장면, 같은 대사라도 눈을 감고 영상을 다시 활자로 되돌려 글로 묘사해 보니 오히려 영상으로 볼 때보다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합니다.
굳이 토마토를 던져야 한다면 썩은 토마토를 던졌겠지만, 달걀을 깨뜨리지는 않을 듯합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젊은 시절을 나타내는 동물은 왜가리인것 같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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