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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리
    영화 감상 2025. 2. 25. 17:13

    메모리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메모리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비아와 사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자극적으로 쓰자면 치매 환자와 성폭행 피해자의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고, 알코올중독이자 각종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여성과 한때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동생에게 ‘부양’되어야 하는 남성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 설명이 없이 관객에게 보이는 실비아는 약간 신경질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제 나름 성인에 가까워지는 딸을 과보호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비아는 관객과의 첫 만남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서도, 그녀는 홀로 자리에 앉아 ‘그들이’ 즐기는 것을 감상하기만 합니다.

     

     옆자리에 남자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져도- 당연히 사울입니다- 그녀는 관심이 없습니다. 

     

    실비아가 집으로 돌아가려는 지하철에 사울이 보입니다.

     

     영화는 사울이 실비아를 따라가는 것을 스토킹 영화나 공포영화처럼 연출하는 듯 보이다가, 이내 평이한 화면으로 돌아갑니다.

     

     실비아는 문을 잠급니다. 극 초반부터 보여줬던 3중 걸쇠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 장면입니다.

     

     다음 날 아침, 실비아는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어제 그녀를 집 앞까지 따라왔던, 남성이 비를 맞으면서도 실비아의 집 앞에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요양 간호사로 근무 중인 실비아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 남성(사울)의 몸을 확인해, 보호자의 연락처로 연락을 취합니다.

     

     실비아는 사울의 동생에게 사울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그는 치매가 진행 중이며, 어제는 보호자를 뿌리치고 집 밖으로 나선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울의 동생은 이것도 인연이니 사울의 간호를 부탁합니다.

     

     실비아의 딸과 사울의 조카도 이에 찬성합니다.

     

     실비아는 사울을 간호하면서, 그의 따뜻한 성품에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울도 실비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원을 산책하던 도중 갑자기 실비아는 사울에게 폭탄선언을 합니다.

     

     고등학교 때 사울이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입니다.

     

     사울은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러한 기억은 없습니다.

     

     실비아의 동생은 학적부를 보여주며, 사울은 실비아가 전학 가고 난 이후에 해당 고등학교에 전학 왔기 때문에 둘이 학창 시절에 만난 적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줍니다.

     

    실비아는 실제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 강박이나 정신쇠약일까요?

     

     사울을 성폭행 가해자라고 비난한 실비아의 발언은 진실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실비아 말의 신뢰성이 떨어져, 관객들에게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실비아가 이다음 가해자로 지목하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실비아가 단순히 헛소리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비아의 동생은, 실비아에게 온정적이며 협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도 유지하는 애매한 태도를 취합니다.

     

     결국 그녀는 피해망상에 시달려 거짓말을 하다가 스스로 신세를 망친 것일까요?

     

     실비아의 딸 애나도, 할머니(실비아의 어머니)의 말을 더 믿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나마 사울과의 관계는 괜찮습니다.

     

     실비아가 사울을 성폭행 가해자라고, 잘못 지목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치매라는 상태가 그의 인지능력을 훼손하였을 수도 있지만, 사울은 분명히 실비아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비아와 사울은 서로 마음을 열어 갑니다. 사울이 새벽에 애나의 방과 실비아의 방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고민하다 결국 알몸 상태로 도로변으로 나가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실비아는 사울과 함께 가족-특히 그녀의 엄마- 앞에 서서 아버지가 실비아에게 가한 성폭행에 대해 강하게 말합니다.

     

     그녀의 동생도 결국 아버지가 실비아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인정하는 증언을 합니다.

     

     그녀를 성폭행한 것은 사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였습니다.

     

     부정하는 것은 실비아의 어머니뿐이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신뢰도가 낮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서야 실비아에 대한 모든 비밀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사울은 병원에 다시 입원한 이후 ‘간호사’에 의해 엄중 감시(간호) 되고 있습니다.

     

     그가 다시 실비아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찰나에, 애나가 등장합니다.

     

     애나와 사울은 실비아를 만나러 갑니다.

     

    거창한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성폭행 트라우마로 인해(가정·학교) 상처 입은 여성의 발언이 무시되고, 피해자는 거짓말쟁이라고 매도당하다가, 마침내 ‘진실’을 찾아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감상으로는 가정과 학교에서 상처 입을 대로 상처입은 실비아가 이제서야 사울을 만나 치유를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부족함 없이 잘 나갔던 남성이었던 사울이 이제 ‘부양’되어야만 하고 ‘간호’받아야만 하는 상태가 된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여성을 만나 자존감과 사랑을 다시 느끼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소재들이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것은 실비아와 사울 역시 그저 한 명의 남성과 여성이었기 때문일까요?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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