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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상 2025. 4. 25. 15:10

    승부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승부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보기를 기다렸습니다. 

     

     바둑의 바짜도 모르는 필자도 이름을 들어본 이창호, 조훈현의 대결을 영화화했다니,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우 아쉽게도 주연배우의 마약 사건으로 인해 넷플릭스 개봉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고, 2025년이 되어서야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주연배우의 실명과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필자가 영화 외적인 요소들을 감상에 끼워 넣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를 옹호하기 위함은 아님을 밝힙니다.

     

     이야기는 조훈현이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으로 시작합니다.

     

     조훈현은 바둑 변방이라고 여겨지던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이 중국, 일본과 함께 당당하게 바둑을 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국내에서 그의 적수는 사실상 없어 보였으며, 재벌가의 무리한 요구나 조롱-돌 가지고 노는 장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어느 날 바둑 활성화를 위해 아마추어들과 대국하는 행사에 참여한 조훈현은 매우 당돌한 꼬마를 발견합니다.

     

     천승필이라는 바둑기사가 ‘어린아이’에게 패한 것입니다. 

     

     물론 호선으로 두면 이긴다는 그의 변명이 있습니다만, 프로가 아이 상대로 전력을 다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꼬마에게 ‘하수’ 소리 듣기 충분합니다.

     

     조훈현은 천승필을 꺾은 그 아이에게 호감을 보이고, 꼬마의 고향까지 내려가 제자로 삼습니다.

     

     그 꼬마의 이름은 이창호입니다.

     

     이창호에 대한 설명은 ‘현대 바둑을 완성한 사람’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프로바둑기사가 존재하는 한중일에서 이창호라는 이름은 바둑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오가며 들어봤을 정도의 이름일 것입니다.

     

     조훈현은 이창호의 재능을 알아봐 내제자로 삼고, 사사합니다.

     

     이창호와 조훈현이 바둑을 보는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거칠게 압박하고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중시하는 조훈현과는 달리 이창호는 99:0으로 이기나 99:98로 이기나 같은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상대가 99점을 선취할 수 없다면, 굳이 싸워줄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바둑에 대한 철학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조훈현은 이창호를 인정하고 이창호는 부진하던 기세를 극복하고 최고위전 결승에서 조훈현과 맞붙습니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패합니다.

     

     ‘프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기는 것이 의무다.’라는 작중 대사가 있습니다만, 한집에서 사는 제자가 스승을 계속 이겨나가는 것은 부담입니다.

     

     자신을 가르친 스승의 타이틀을 빼앗고, 스승을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고, 스승의 부인에게 뒷바라지를 받는 것은 ‘프로의 의무’라기에는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최고위전이 아니라 각종 타이틀을 빼앗기기 시작하자, 조훈현은 ‘내제자’를 독립시키는 기준에 맞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이창호를 독립시킵니다.

     

     이창호를 독립시켜도, 이창호의 계산적인 전술을 차용해 봐도,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거의 모든 타이틀을 뺏깁니다.

     

     ‘적당히 상대가 되어야 라이벌이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데, 무슨 의미냐.’라는 다른 인물들의 평가가 조훈현에게 칼날과 같이 박힙니다.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라 실제 바둑계의 국수, 명인으로 군림해 온 조훈현의 세상이 말 그대로 뒤집어집니다. 

     

     이창호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어느덧 그에게 남은 타이틀은 없습니다. 

     

     이제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순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정규 기전에 불참해 기권패를 당하고, 길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주사를 부리는 취객이 되어버려 아내에게 한 소리를 듣고, 다른 프로기사에게 일침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의 조언이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을까요?

     

     조훈현은 다시 예선전부터 올라가면서, ‘이제는 제가 창호에게 도전해야죠. 창호가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담담하게 선언합니다.

     

     결국 프로는 ‘승리’하고 ‘우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상대가 스승이든 제자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승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바둑 영화입니다.

     

     바둑을 모르는 필자도, 기세와 배우들의 연기만 가지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화면이 뒤집어지는 연출과 바둑돌이 깨지거나 돌에서 피가 나는 듯한 연출은 바둑판 ‘상황’을 모르는 필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훈현과 이창호 이외에는 가상 인물들이 많은 것, 그리고 이창호가 프로 데뷔 전 기원에서 다면 대국으로 ‘도장 깨기’를 하는 장면이 고증적 측면에서 볼 때 과한 장면이라는 지적이 있긴 합니다만,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를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창호 기사의 심리는 조금 단편적으로 묘사되어, 주연 2명 중 한 명임에도 그의 생각이나 심리가 표현되기보다는 ‘최종 보스’라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이창호만의 단독 장면과 그의 심리를 묘사한 장면의 분량이 주연치고는 적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이창호의 별명이 돌부처인 것처럼 철벽처럼 표정 변화가 적은 모습이 고증인 부분은 맞습니다만, 그러한 인물임을 고려해도 약간 비중이나 심리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외적인 요소가 개입해 편집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는 즐거운 바둑 영화였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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