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기

우나기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우나기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 빛을 잃지 않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직장인 야마시타는 어느 날 한 편지를 받습니다.

 

 야마시타가 밤낚시를 가는 동안 그의 부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익명의 편지지만 상세하게 부인의 바람기를 묘사합니다.

 

 그리고 장난 편지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야마시타의 의심은 밤낚시 야참을 챙겨주는 아내에게로 향합니다.

 

 일찍 돌아온 그의 눈에 보인 것은 후배위로 섹스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입니다.

 

 아니, 자신도 모르게 칼을 집어 들고 아내를 찌르고 있는 피에 묻은 자신의 모습입니다.

 

 모범수지만 가석방까지 8년이 걸린 야마시타의 인생은 이발소에서 새로 시작됩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감옥에서 그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한 축이었던 장어(우나기).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살 하려고 했던, 아내와 같은 외모의 핫토리라는 여인.

 

 현재 쓰레기 수거를 하는, 야마시타가 잘 나가는 것을 질투하는 감방 동기.

 

 이발소를 열자, 외계인을 소환하고 싶다고 하는 청년, 장어 낚시를 가자고 하는 아저씨, 야쿠자 일에 도움을 조금 달라는 ‘건달’.

 

 핫토리 케이코는 과거 야마시타가 죽인 아내와 같은 모습입니다.

 

 케이코가 자살시도를 한 자신을 구해준 야마시타의 이발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케이코가 점차 야마시타에게 호감을 느껴 결국 그의 아내 - 야마시타가 죽인- 처럼 장어 낚시에서 돌아올 때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꽤 잘나가는 이발소의 모양과 케이코와의 연애처럼 보이는 모습에 감방 동기가 질투심을 느껴 야마시타의 전과에 대해 이발소 앞에 대자보를 붙인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케이코와 사귄 남자는 케이코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녀 엄마의 재산에는 큰 관심이 있던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케이코의 엄마가 사채업자에게 ‘사업’하라고 3억 엔가량의 통장을 ‘위임’한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케이코가 결국 사채업자가 임의로 보유한 3억 엔 통장을 다시 가지고 나온 것은 야마시타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정말 상관없는 일일까요.

 

 핫토리 케이코가 임신한 아이가 야마시타의 아이가 아닌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까요?

 

 8년 전 아내의 바람을 고발했던 편지는 진짜 실존했을까요?

 

 아니면 모든 것은 질투에서 비롯된 망상이었을까요?

 

 장어를 놓아주며 야마시타는 마음을 굳힙니다.

 

 누구 자식인지 모를 아이를 키우겠다고 말입니다.

 

우나기는 참신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모든 장면 장면들이 참으로 치밀하고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견고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