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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 - 2025년 5월일반 2025. 5. 15. 19:04
지난달 잡담은 너무나 간단하게 끝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벌충하는 의미로 길게 써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히든페이스라는 영화에서 재벌가의 데릴사위에 가까운 성진은 그의 장모이자 ‘단장’인 혜연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슈베르트의 곡을 초반부에 배치하고, 슈베르트의 감성으로 공연을 열고 싶어 하는 ‘지휘자’ 성진의 의도에 대해 혜연은 그의 고집이 하도 강해서 단장이자 장모이자 후원자인 자신이 양보해 줬다고 공공연하게 투덜댑니다.
공연에 대해 다소 알고 있을 것임이 분명한 음악단 단장인 혜연도 성진에게는 뭣 모르고 자기 좋을 대로 하는 부자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면 ‘음악’·‘지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면서 참견하는 재벌가 회장이라는 전형적인 인물이 구체화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성진은 혜연이 내오는 고급 커피와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미주-불륜 상대-에게 커피니 와인 가지고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한다고 토로합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성진의 단장에 대한 불평, 즉 자신의 음악적 해석과 곡 구성에 대해 혜연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것은, 혜연이 고급 커피를 내와도 대충 마시는 성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춘 것과 같아 보입니다.
본인의 전문 분야거나 더 상세히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사소한 차이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간과하는 사람들을 ‘잘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서, 본인이 모르는 장르는 허영이나 잘난 척으로 치부하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더 보편화해 보자면, 자신의 관심 분야에는 상세하고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수롭지 않거나’ ‘허영’ ‘사치’ ‘불필요한’ ‘남’의 관심 분야는 왜 관리가 필요한지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요새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RESPECT입니다. 왜 존중이라는 단어 대신 리스펙이라는 영어단어를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스펙이라는 말이 너무나 많이 쓰임에도 실제로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만 리스펙이라고 적어놓고 자극적인 내용만 이야기하거나, 정중한 내용이고 존중을 말하지만, 비꼬는 형태의 입장문이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러다가는 리스펙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단어 뜻인 존중이나 존경의 의미가 상실되고, 그냥 언급해 준다는 정도인 느낌의 단어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도 상술한 성진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잘난척 하면서 상대방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약간은 폄훼하지 않았나 생각하면, 찔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존중이나 리스펙이라는 단어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언급하는 상대방을 기계적, 기술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해당 주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금은 어색한 주장을 펴쳐도 임의로 ‘재단’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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