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나누기 - 2025년 2월일반 2025. 2. 15. 18:45
2025년.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순수’ 영어로 된 메뉴판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메뉴판’의 메뉴부터 벌써 영어이니 벌써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입니다.
과거 무분별한 한자어 사용에서 그것이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한자로 ‘발전’이나 ‘진보’ 같은 단어를 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국한문혼용체에서 순한글 사용으로 발전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어에서 영어 사용은 단순히 한국어에 없는 단어나 최신식 학술 용어라서 번역이 마땅치 않은 부분에서 사용되는 것을 넘어 거의 모든 단어를 영어로 대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었던 ‘영어’ 원어로만 표현된 메뉴판은 더 이상, SNS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사실상 표현하기 조금만 애매한 모든 표현이나 단어를 사용할 때 큰 고민 없이 영어단어를 차용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너무 과장될 표현일까요.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단어를 한국식으로 순화를 시켜서 사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무분별한 영어 사용에 조금은 제동을 걸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버스’가 아닌 BUS로 표기하는 것을 조금은 지양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과 ‘Cafe americain’을 주문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입니다.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가면 영단어와 한국어를 섞어 정체불명의 표현도 조금 줄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영어가 좀 더 ‘세련된’ 언어인 것처럼 사용해 왔습니다.
명품관이 ‘헤리티지’가 되고 기성 언론이 ‘레거시 언론’이 되는 세상입니다.
아파트 같은 경우는 뭐라고 적기도 힘든 길고 세련된 이름들이 이미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명품관보다는 헤리티지가 더 품격있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고, 아파트 이름을 어려운 영어와 라틴어 조합으로 바꿨더니 실제 집값이 상승했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예술의 전당에 공연을 관람할 일이 있었는데, 클래식 제목과 작곡가들의 이름이 전부 영어로 쓰여 있었습니다.
물론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애매하게 한글로 발음을 적느니 원어를 적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점점 그 ‘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글의 비중 그 이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급적이면, 한글 단어가 있거나 한글로 표기가 가능하면,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단어를 순화해야 한다든가, 한국어에서 모든 영단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어를 그만 쓰고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영어 유일 표기나 지나친 영어 남용을 줄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영어로 바꾼다고 더 ‘세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영어보다 ‘배부른산’ 같이 투박해 보이지만 간결한 한국어 표현이 조금 더 많이 쓰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반응형'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잡담 (0) 2025.04.16 이야기나누기 - 2025년 3월 (0) 2025.03.15 이야기나누기 - 2025년 1월 (1) 2025.01.15 이야기나누기 -2024년 12월 (3) 2024.12.15 이야기나누기 - 2024년 11월 (0)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