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라는 남자 북미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오토라는 남자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지만 매번 찾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늙고 고집불통에 상처를 받아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사람. 한 때 자기만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이름을 알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별로 상관없어진 그런 사람. 어느 날 그런 사람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하는 정다운 이웃인 마음씨 고운 아가씨.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사람은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시 세계와 소통하려 하는데……이러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구조입니다. 또한 여러 매체에서 쓰이는, 쓰였던, 쓰일 구조이기도 하지요.
아내 소냐와 사별하고 명예퇴직까지 ‘당한’ 오토는 삶의 희망을 잃게 됩니다. 다만 다니던 회사의 중역의 말로는 꽤나 두둑한 퇴직금을 받았으니 노후를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을 터이지만 오토에게 그런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 푼을 악착같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악착같이’는 조금 심한 표현이었을까요. 오토는 ‘정확한’ 돈 계산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엄밀히 하자면 모든 것이 규칙대로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지 못한 ‘멍청이’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보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평생동안 헌신해 온 직업은 이제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이제는 나를 ‘귀찮고 짜증나는 노인’으로만 보는 주변 사람들속에서 오토는 이제 이승과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오토는 아내가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자식도 없는 오토에게 아내는 단순한 배우자가 아닌 삶의 희망이자 이유였습니다.
오토의 인생에 있어서 소냐는 존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군대에 지원했지만 심장 문제로 인해 떨어진 대학생과 문학소녀의 운명적인 만남.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하고 떠난 낭만적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닥친 불의의 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이좋은 이웃들과-자동차 취향 문제가 있긴 했지만- 함께해온 수십년은, 오토의 ‘인생’그 자체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오토에게 있어서 소냐의 죽음은 그 ‘인생’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은 오토는 밧줄을 사서 목을 매달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사온 토미와 마리솔 부부의 주차문제 때문에 오토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마리솔, 토미 부부와의 인연은 오토와 세상을 다시 연결해 줍니다. 마리솔이 답례로 가져다 준 음식을 먹는 오토. 새롭게 이사온 마리솔은 마음의 문을 닫은 오토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오토는 그 후에도 몇 번 자살기도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게다가 지하철에서의 오토의 자살기도는 오토가 사람을 구해 되려 유명해지는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일련의 자살소동에서 결국 오토는 마리솔이 자신을 ‘아끼고’ ‘신경써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을 마치기 전에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허물고 개발하려는 부동산 업자들에게 대항하려는 마음을 먹습니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당연한 해피엔딩입니다. 오토는 소냐가 없는 세상에서도 그녀의 제자와 새로운 이웃들 그리고 옛 친구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는 언제나 필요로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니라는 당연하지만 참 와닿기 어려운 말을 해 주는 것입니다.
오토에게 있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새로 이사온 마리솔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자동차 브랜드 문제로 매번 다투었던 절친일 수도 있습니다. 아내가 가르치던 트랜스젠더 학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매번 오토가 마을 순찰을 나갈 때 친근하게 오토와 인사하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오토에게는 아내의 상실과 평생 해온 직장을 그만둔다는 스트레스는 그 무엇보다 강력했을 것입니다. 상처(喪妻)라는 말은 말 그대로 오토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평생을 해온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면서 얻은 것은 퇴직금과 우스꽝스러운 케이크 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토에게 있어서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라는 말은 의미가 없었고 영화 초반의 자살기도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느끼기 어렵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와닿기 어렵기 때문에 그 구절이 영화에서, 오토에게, 오토가 구절의 의미를 마침내 깨달았을 때의 감동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토가 일생에 있어서 아내 소냐 말고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봐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련의 영화 흐름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단 오토만의 감정이 아닐 것입니다.
오토의 유언 중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적어 봅니다. ‘마리솔 너는 그런 멍청이가 아니니까.’ 기억을 더듬어서 적는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구절은 아닙니다만, 오토의 일생을 떠올려보면 그 다운 칭찬과 유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반응형'영화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킬링 로맨스 (1) 2023.05.20 존윅4 (1) 2023.05.10 던전앤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0) 2023.04.30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0) 2023.04.20 샤잠! : 신들의 분노 (0)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