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링 로맨스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킬링 로맨스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취향이 전부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취향에 맞는다면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당혹스러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당혹스러움을 안겨 준 영화였습니다.
몇몇 부분은 꽤나 인상적이었지만-섬에서의 식사 장면이라던지-,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깃털보다 가벼운 이야기 진행에 좋은 인상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음향적인 부분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영어 나레이션은 자막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깔끔하게 들리는 반면, 영화 초반 한국어는 뭉개져서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보통 웬만한 영화는 한국어가 들리기 마련인데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집중을 하고 대사를 사이사이 유추해야 대사가 들리는 수준의 음향의 뭉개짐도 간간히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자아를 찾으러 도피한 여배우가 섬에서 어떤 부자와 결혼했다가 다시 이혼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더 혹평을 남기기 전에 하나 궁금한 것은 감독은 이 영화를 본격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라라랜드’처럼 줄거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고 노래와 배우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보기에는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적습니다. 또한 가창력으로 승부를 본다기 보다는 노래의 추억과 향수에 기대고 진지함보다는 개그의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마지막 결투인 노래대결의 경우도 진지함보다는 개그성 성향이 더 짙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라면 ‘대표곡’이 있어야 하는데 대표곡이라 할 만한 노래는 제가 볼 때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서 관객을 웃기기에 실패한다면 어색한 상황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예시를 들자면 머리를 미는 개그를 했을 때 관객들이 웃어주고 호응한다면 성공한 코미디가 되는 것이지만 실패한다면 분위기를 망치는 대머리가 한 명 생길 뿐입니다.
반응형이 영화는 바로 그 분위기를 망치는 대머리같은 영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취향에 맞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호응을 끌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박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타조의 이야기도 그렇고 여배우의 이야기도 그렇고 진지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이 영화는 의도적이든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그랬든 간에 분위기를 진지하게 유지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개그를 시도해 ‘항마력’이 부족한 관객들을 버틸 수 없게 합니다.
이 영화에서 사용된 ‘웃긴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b급 감성의 결정체처럼 이야기가 막장으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의 구조는 권선징악적 단순한 구조입니다. 차라리 내용이 한치앞도 알 수 없이 이리튀고 저리튀는 우당탕탕 대소동이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인터넷에서 ‘짤’이나 ‘밈’으로 돌아다닐 정도로 과격하고 막무가내로 나갔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이상할 정도로 ‘선’이 존재하고 그 ‘선’을 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범우가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로는 조나단을 불가마에서 찌워죽이던지 아니면 땅콩 알레르기로 과민반응을 유도해서 죽인다음에 다음 장면에서 이러이러해서 죽지 않았다 속았지? 해도 통용될 것 같은 느낌인데 말입니다.
황여래라는 인물은 작중에서 대단한 스타였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는 영화에서 발연기로 혹평을 받고 섬으로 휴양을 갑니다. ‘자아찾기’ 여행이랄까요. 그런데 잠시 뒤에 조나단을 만나더니 그의 충실한 꼭두각시 아내가 되어있습니다.
주연중 한 명인데 이야기 진행을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극중 조나단의 행동과 그의 세력을 보면 여래가 그렇게 된 것이 아주 무리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영화 시작하자마자 자아를 찾고 휴식을 하러간 사람이 10분도 안 돼서 꼭두각시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영화에 대한 불만은 사실 이야기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아닙니다. 만약 코미디가 성공했다면 그저 웃었을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에게는 이 영화의 웃음 코드가 하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어색한 부분의 불만이 강해진 것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제 취향에 맞았다면 막바지의 조나단의 노래와 황여래의 답가에 몰입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긴 혹평을 적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겠지요.
‘킬링 로맨스’가 엄청난 흥행을 하지는 못한 것을 보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한 사람이 비단 저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