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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CU 페이즈5의 데드풀과 울버린입니다.
말이 많은 것은 그 전의 더 마블스의 엄청난 흥행 부진으로 인한 드라마와 영화 제작 체계의 재점검 및 새로운 비전의 모색이라고 하겠습니다.
탈이 많은 것은 인피니티 사가를 이어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장을 장식해야 할 메인빌런·최종보스 캉 역을 맡은 배우가 여자 친구 폭행 건으로 인해, 배역에서 강판당하고 새로운 닥터둠이라는 빌런으로 교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닥터둠의 배역을 맡은 배우가 기존 아이언맨 역할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소위 로다주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데드풀은 자신이 마블의 예수님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출사표를 내던졌습니다.
굳이 울버린을 끌어와야 했나? 라는 필자의 개인적인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데드풀과 울버린은 영화 시작부터 로건의 울버린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말 그대로 부관참시하면서 강조한다는 사소한 것들은 이 영화를 볼 때에는 무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데드풀 2편이 끝난 뒤 날 백수로 살아가던 웨이드는 ‘어벤져스’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기도 합니다.
‘해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입사를 거절당한 웨이드는 종국에는 영웅의 길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평범한 자동차 딜러로의 삶을 살아가려는 웨이드는 이제 한 명의 소시민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아마 그랬으면 영화가 성립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늘 같은 일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파티를 즐기려던 웨이드는 TVA 지부로 납치당합니다.
거기서 그는 TVA 지부장 패러독스를 만나게 됩니다.
패러독스는 ‘중심인물’이 없는 차원은 자연적으로 폐기되기 마련이고, ‘데드풀’이 있었던 세계도 그럴 것이라 설명해 줍니다.
데드풀은 순간적으로 중심인물이 자신인 줄 알았지만, 그 인물은 로건이었습니다.
패러독스는 자연적인 세계의 소멸은 수천 년이 걸리지만, 자신이 발명한 무기로는 순식간에 그 세계를 파괴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데드풀은 패러독스와 대립하며,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초반부 이 내용은 실제 마블과 디즈니가 IP,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받아들여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인기 있는 캐릭터가 있는 세계관만 ‘영화’ ‘드라마’ ‘관련 상품’을 내 주며 개발하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그 세계관은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업방식과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울버린’과 만난 데드풀.
공허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찾은 카산드라 노바.
캡틴인 줄 알았는데, 쌍욕이 자연스러운 휴먼 토치.
오직 유일한 블레이드(?)라고 호언하는 블레이드.
로건의 그 여자애라고 하는 것이 더 익숙한 로라.
주연 영화를 직접 봤기 때문에, 왜 망했는지 이해가 되는 엘렉트라.
갬빗이라는 이름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라고 하는 것이 더 와닿는 갬빗.
그 많은 데드풀 중에 가장 나이스하고 매너 좋은 나이스풀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의 범람 속에서도, 그리고 데드풀의 입을 빌어 행해지는 자학 개그 - 멀티버스는 이제 잘 안 먹혀- 에도 나오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영화 자체의 기승전결 구조를 다소 갖추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내 세계를 파괴하려는 나쁜 녀석의 음모를 분쇄하는 데드풀의 우당탕탕 모험입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이야기는 마블이나 MCU의 몇몇 캐릭터들을 알고 있기만, 해도 아니 거의 모른다고 해도 기본적인 설득력이 있는 데다가 재미도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데드풀과 울버린 영화를 보다가, ‘아 저건 누구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동안 마블이 쌓아온 모든 세계관을 공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멀티버스, 공허(보이드), TVA 같은 거창한 설정들에 ‘쌍욕’을 퍼붓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쟤네’가 왜 저러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뿐 아니라, 데드풀과 울버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MCU라는 카테고리의 등장인물에 한정되지 않고, ‘마블’이라는 IP로 만들어낸 영화, 드라마, 심지어 출시조차 하지 못한(갬빗) 영화 속 주연도 포함됩니다.
사실 휴먼토치가 나왔을 때 ‘네 이놈 휴먼토치 캡틴 몸에서 나가지 못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혼자 웃음을 참기도 했습니다.
진입장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영화는 MCU와 마블의 ‘페이즈5’를 담당하고, 또한 기존 ‘마블’영화 캐릭터들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화입니다.
MCU, 마블에 대한 배경지식과 이해도가 높은 북미의 열광적인 반응과, 영화 내 ‘MCU’ 떡밥조차 따라가기 힘든 한국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를 2년 동안 구독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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