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바빌론
    영화 감상 2023. 3. 14. 09:01

    바빌론 북미 포스터

     

    들어가기 전에 본 감상은 바빌론 영화에 대한 전반적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립니다.

     

    --------------------------------------------------------------------------------------------------------------

     

     할리우드 영화사에 대한 헌정영화입니다. 난잡한 파티와 화려한 화면으로 이목을 끌지만 결국 핵심 내용은 ‘그래도 영화’ ‘영화를 사랑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주인공들이 얽히고 설켜서 군상극을 진행합니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정확하게 어느정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광란의 파티가 끝나고 나서야 바빌론이라는 제목이 올라오는 것을 고려하면, 또 이야기가 상당히 길었다는 점 역시 고려하면 ‘긴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요.

     

     극 중 이야기는 그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변화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유성영화에 적응을 못한 과거의 대스타와 여배우. 반대로 유성영화의 흐름에 잘 편승한 매니.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배우, 영화 제작자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한 집착과 아름다움, 추함을 모두 담아냅니다.
     

     먼저 인상적인 몇 가지 장면들을 다시 상기해 보고자 합니다. 레이디 페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노래를 부르는데요. 고양이와 아가씨, 음부를 모두 의미하는 pussy를 사용해 언어유희를 하는데 번역에서는 고양이 또는 아가씨로만 나와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레이디 페이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래를 하는데 ‘고양이’자막 하나로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가사에는 다분히 성적인 의미가 투영되어 있는데 말이죠. 더욱이 레이디 페이의 성격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나중에 레즈비언 장면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 다음 장면은 잭 콘래드의 죽음 장면입니다. 흐름상 당연히 죽어야 할 장면이었죠. 아마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이 영화의 경우 시청자가 대개 그렇겠지만- 레이디 페이와의 대화에서 벌써 조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의 그런 결말은 극적 이야기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장면입니다. 

     

     무겁게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카메라, 가장 후한 팁을 주는 잭, 문 앞에서 시선이 멈추는 카메라, 이리저리 부산히 움직이다가 이윽고 들리는 총성 한 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입니다. 


     조금 더 조명해 줘도 괜찮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마 무성영화의 끝을 의미한다는 작중 이야기와 할리우드 영화사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전형적인 씬으로 마무리 한 것이라면 그것 또한 일리가 있는 이야기겠지요.


     넬리 라로이. 넬리 라로이. 슈퍼스타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스타가 된다는 당돌한 아가씨 인가요. 개인적으로 이 배우의 전작인 ‘아이 토냐’에서의 모습이 더 좋았습니다. 각설하고 넬리 라로이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입니다. 아니 스타라고 해야 할까요. 거침이 없습니다. 오직 스크린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 그녀의 에너지는 무성영화에서 다양한 표정연기로 승화됩니다.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지요. 레이디의 적절한 자막은 덤이고요. 하지만 유성영화에서의 적응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소리’,‘대사’는 표정연기 그 이상을 요구하지요. 결국 그녀는 벽에 부딪히고 광기에 가까운 좌절에 빠집니다. 그걸 나타낸 뱀 장면은 말 그대로 사족이었을까요?


     매니 토레스는 앞선 두명의 배우들과는 다릅니다. 언제나 기회를 갈망하며 놓치지 않죠. 성과도 제법 낼 줄 압니다. 현실에 타협할 줄도 알고요. 흑인에게 검은 분장을 하라고 ‘설득’하는 그의 모습과 상류층의 가식과 위선에 결국 ‘구토’하는 넬리. 둘의 차이는 어디서 이리도 커졌을까요. 분명 보잘것없는 집사와 과대망상증에 빠진 시골 계집애에서 출발한 그들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분명히 저택의 파티에서는 처지가 비슷했던 그들은  인종적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과 한물 간 여배우를 쓰지 않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또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거대한 변화에 맞닥드렸죠. 매니는 현실에 타협하고 적응했습니다만 넬리는 언제까지나 철없이 스타를 꿈꾸는 여자아이었습니다. 결국 넬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실 넬리 이야기의 마지막도 조금 추가를 해 줬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에 매니가 청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떠나 우아하게 또는 퇴폐적으로 사라지는 넬리. 그 후에 변사체로 발견됬다는 기사가 나오긴 하나 마지막 정도는 직 간접적으로 한 번 정도는 더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 시대인 무성영화의 주역들이 매우 뻔하게 또는 그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도도한 영화발전의 흐름만이 남아 그것을 마지막에 매니가 감상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보면 매니가 가장 주인공격에 맞다고 해야 할까요. 바빌론은 여러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상극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주역을 뽑자면 매니라는 이야기지요.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기도 하고요.
     

     이제 매니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앞서서 언급했지만 그는 영화에 대한 갈망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인종차별의 엄중한 현실, 비영화인출신이 남모르게 받는 눈총, 한물 간 여배우를 다시 재기시켜 스타로 만드는 계획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성영화의 시대에서도 유성영화의 시대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응한 그는 영화의 미래와 함께 할 수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아니 그 자체가 영화의 미래였을지도 모르죠. 넬리 라로이의 도박빚 이야기가 나오기 전 까지는.
    넬리 라로이와의 일련의 소동, 매니는 목숨까지 위협받고 할리우드를 떠납니다. 그렇게 갈망했던 영화. 그 영화, 매니의 영화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보입니다. 

     

     흔해빠진 -당사자에게는 언제나 날것의- 도피 소동 이후 세월이 흘렀습니다. 매니는 자신이 영화를 만들던 회사 앞으로 부인과 아이를 데려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 상영관에 들어간 매니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었고 함께했던 성공했고 도피했고 망가진 것 같았던 ‘영화’의 발전상을 지켜봅니다.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보는 매니의 모습에는 꽤 길었던 이 영화의 -아니면 할리우드 무성, 유성 영화의 역사가-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바빌론은 바로 그러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다른 이의 감상도 궁금하셨던 분들은 제 감상이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 감상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응형

    '영화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0) 2023.04.20
    샤잠! : 신들의 분노  (0) 2023.04.10
    스즈메의 문단속  (0) 2023.04.01
    아바타 : 물의 길  (0) 2023.03.31
    서치2  (0) 2023.03.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