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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 날씨의 아이, 초속 5cm, 너의 이름은.그 중에서도 스즈메의 문단속은 가장 최신작이자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전작과 ‘뭐가 다른가?’ 라고 하면 조금 대답이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신비로운 힘에 휘말린 남녀, 닥쳐오는 재해, 해결 또는 희생하는 주인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작들보다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습니다. 여전히 좋은 ost와 더욱 유려해진 작화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신비로운 일에 휘말린 남,녀 두명의 러브스토리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2023년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해야 할까요.
스즈메의 이야기는 어느 날 등교길에 만난 신비로운 남자와 함께 시작됩니다. 스즈메는 기시감을 느끼고 그 남자를 쫒아갑니다. 그렇게 신비로운 일에 휘말리게 된 그녀와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전국을 여행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문득’ 일어난 어느 신비한 일. 그 신비한 일로 엮이게 되는 남녀 둘. 그들이 맺어지든 맺어지지 않든 사랑이 싹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재난 피해자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들 역시 뛰어난 장점이라고 할 만 합니다. 스즈메의 마지막 여행의 ‘목적지’는 ‘스즈메의 고향’이라고만 나오며 지명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재난을 언급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주연 두 명에게 모든 힘을 몰아준 탓인지-특히 스즈메에게-,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이 너무 이야기 진행을 위한 npc정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여고생 혼자 국토 대장정을 하는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만 만나게 되죠. 스즈메의 심경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축소되거나 생략되지만 사실 매우 작위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즈메의 운 좋은 여행은 사실 ‘다이진’이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즈메의 고양이’가 되기 위해 신의 가호를 준 것이죠. 반대로 ‘사다이진’이 등장 할 때의 기운은 이모로 하여금 스즈메에게 심한 말을 하게 합니다.
요석의 역할을 포기하고 소타에게 그 짐을 넘긴 다이진은 나쁜 요괴일까요? 요석 봉인을 위해 동참하는 사다이진은 좋은 신일까요?
반응형다이진과 사다이진은 단순히 미미즈를 봉인하는 요석에 그치지 않고, 신격을 가진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렇기에 음과 양, 신과 요괴 어느 한 쪽으로 단정짓기도 애매하죠. 애시당초에 신이 인간 쪽에 서면 선신이고 아니면 요괴가 되는 논리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신은 인간의 논리에 구애받지 않죠. 음이라고 나쁜 것이 아니며 양이라고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미미즈를 억누르는 요석이자 어떠한 신격을 가진 존재로서 선/악, 흑/백으로 나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이러한 설정이나 상징들이 영화 내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관객들은 분위기나 상식, 주변 배경 등을 통해서 눈치채거나 느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사용하는 연출적 기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렇게 배경이나, 지나가는 요소로만 설정이나 상징들을 표현하는 기법은 싫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디어를 분석할 때에 차가운 매체와 뜨거운 매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차가운 매체란 매체 자체에서 정보를 제한적으로 주기 때문에 독자의 많은 참여가 필요한 매체이고, 뜨거운 매체란 매체 자체에서 정보를 충분히 주기 때문에 독자의 적은 참여로도 충분한 매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모든 배경설정과 신화적 모티브를 알아야 하겠다는 분에게는 차가운 매체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영화를 즐기는 분에게는 더 설명이 필요없는 청춘드라마로서 뜨거운 매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각자만의 감상이 다 각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굳이 제 생각을 한 자 적어보자면-그러한 블로그이기 때문에- 직접 말하는 것 보다는 주변에 자연스럽게 융화하며 지나가듯이 설명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말하는 것-특히 감독의 의도는-은 생각 외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상징이나 배경을 이해하고 영화를 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인 메인 스토리. 유려한 작화. 재난 피해자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 신비한 사건에 휘말린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ost.
배경을 알아야 이해가 더 잘 되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과장 좀 보태서 해당 신의 모티브와 전승, 신화까지 포함한 영화 속 상징들. 영의정 다음은 좌의정일까요. 우의정일까요.
어느 쪽이 더 알맞은 표현일까요? 저는 굳이 칼로 자르듯이 분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모두 다 하나의 영화에 담길 수 있는 모습들이니까요.
심지어 양 측의 내용들이 상호모순적이라도요.
끝으로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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