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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아만다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청춘드라마라고 틀어주면 모두 자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영화입니다.
매우 잔잔한 영화입니다. 극에는 엄청난 갈등도 없고 화려한 화면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졸음유도’가 심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무슨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청춘드라마?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만다는 철없는 고등학생이 아닙니다.
아만다. 레베카. 아만다의 남자친구(?). 늙은 말. 정신과 의사. 아만다의 언니. 가정부.
등장인물 전원이 아만다의 제멋대로인 시선에 맞춰 묘사됩니다. 큰 왜곡은 없는 것 같지만 아만다에게 불리한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왜곡(?)’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남자친구’같은 경우는 상당히 큰 왜곡이 일어납니다.
우연히 여자 손 한번 스쳤다고, 손자(?)까지 상상했다는 인터넷 유머가 있습니다. 그것의 여성 버전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아만다는 친구가 없습니다. 20대 중반인데 뭔가 하겠다는 의욕도 그다지 없죠. 가족들, 언니에게 핀잔 듣는 것은 일상입니다.
그러던 그녀가 ‘엄마 친구 딸’ 레베카를 만나러 갑니다. 처음에는 ‘변호사’가 될 전도유망한 친구를 억지로 만나러 간 것이었지만, 레베카가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난 후에 아만다는 적극적으로 레베카와 친구가 되려 합니다.
아만다와 레베카의 사회에서 홀로서기. 스스로를 찾아내는 여러가지 방식. 그게 이 영화의 중심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에게 가벼운 정신병은 당연히 동반되는 필수품같은 것이라고 쓴다면 과한 것일까요. 그 정도로 상당한 압박감을 정면으로 받는, 사회로 ‘진출’해야 할 시기가 된 아만다와 레베카는 각기 다른 행동양상을 보입니다.
아예 부모님 집에 얹혀 살기로 한 아만다. 언니가 시도때도없이 핀잔을 주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강한듯 보이지만 늙은 말 한마리의 운명에도 슬퍼하는 ‘소녀’에 불과합니다.
레베카는 아예 세상과의 단절을 택했습니다. 방문 밖으로 절대 나서지 않습니다. 레베카의 엄마가 자랑했던 ‘변호사’가 될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은 어디 간 것일까요.
극 중반에 아만다는 레베카의 주치의가 자신을 향해 경계선 성격장애라고 진단하자 폭발합니다. 의료윤리도 그렇지만 대놓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듣는다면 좋은 반응을 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겠지요.
아만다, 어릴 때 수영장에 일부러 빠진 소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소녀. 백마탄 왕자님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소녀.
레베카, 집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소녀. 다재다능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기를 거부한 소녀. 결국 집 밖을 나설 때 ‘수영복’을 입고 나서는 소녀.
글로 표현하니 극 중 내용보다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극에서 상당히 천천히 그리고 한 장면씩 보여주는 장면들을 감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꿈나라로 가기 십상입니다.
제 옆자리에서도 고요하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언젠가부터 들리더군요. 그럴만한 영화였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아만다의 ‘언니’이야기도 해야 하긴 하지만, 생략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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