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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영화 감상 2024. 5. 20. 11:16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일본의 어느 물 좋은 시골 마을. 코로나 시기에 국가보조금을 타 내기 위한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인해 이 마을에 글램핑장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글램핑장이라는 것은 글래머러스 + 캠핑이 합쳐진 합성어로, 캠핑 분위기를 내지만 캠핑처럼 ‘자급자족’하는 부분은 최소화한 숙박 형태를 말합니다.
시골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보조금 목적의 관광사업으로 한탕 하려는 기업의 목적은 이미 숨길 필요도 없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잡하게 찾아볼 것도 없이, 당장 이 사업의 주체인 회사가 관광, 캠핑과는 전혀 관계없는 연예기획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절차상 설명회를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미 이 사업 자체에 이미 기분이 상해있는 마을 주민들은 ‘급조된’ 사업계획을 하나하나 비판합니다.
우동 가게 사장의 폐수처리에 대한 우려, 주인공 타쿠미가 언급한 이 사업 계획 자체의 졸속성, 과거 캠핑장 관리인으로 일했던 할머니가 지적하는 관리 소홀 우려까지.
거기에 직접적으로 기업을 향해 맹폭하는 불만이 많아 보이는 청년까지 고려하면, 사업이 지역사회의 원만한 지지를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기업 측 컨설턴트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어차피 사업은 백지화할 수 없고, -보조금 때문에- 주민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면, 일부 요구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전 공청회에서 마을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몸으로 겪은 타카하시와 마유즈미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들은 결정권자가 아닙니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것 같은 타카하시와 간호사에서 전혀 관련 없는 연예기획사로 이직한 마유즈미는 마을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인공 타쿠미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갑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지만, 결국 사업 진행에 협조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전원생활의 낭만에 빠져버린 타카하시는 진심인 것 같지만요.
그런데 영화에서 중요한 것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 글램핑장이 들어서면 사슴들은 어디로 가죠?”
“어딘가로 가겠죠.”
“ 사슴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다.
다만, 상처 입은 사슴이 도망갈 길이 없다면 공격할지도 모르지….”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의 문제입니다.
그 의도가 순수한 여자아이의 자연에 대한 동경일지라도,
그 의도가 지역민을 조금 더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기업의 직원일지라도,
상처 입은 사슴에게는 똑같은 포식자의 움직임으로만 보일 뿐입니다.
사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 이상 끄적이는 것은 영화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임
상처 입은 사슴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겠지만, 이성을 잃은 남자에게 왜 그러냐고 한마디 할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이 영화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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