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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서브스턴스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먹으면 젊어진다는 젊음의 비약에 대한 이야기는 엄청나게 참신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소재는 넘치다 못해 ‘진부’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가 아닐까요?
서브스턴스는 그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정면돌파합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잘 나갔던 영화배우입니다. 오스카상도 수상했었고, 그녀의 이름을 딴 바닥 판도 거리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식상한 이야기입니다.
열흘 붉은 꽃은 없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배우들에게 점차 밀려나, 현재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출연하는 방송은 주부·아줌마들을 위한 에어로빅 쇼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윗선에서 보기에는 시청률이 탐탁지 않은지 담당 배우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엘리자베스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새 얼굴’로 프로그램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벼운 교통사고까지 당한 엘리자베스. 그나마 학창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일까요?
엘리자베스는 젊은 간호사로부터 수상한 명함을 받습니다.
다시 젊음을 어쩌고 하는 그의 헛소리에 엘리자베스는 진저리를 치지만, 그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잊어버리지는 못합니다.
상당한 고민 끝에 명함에 적힌 곳에 연락해 봤지만, 받은 것은 수상한 비디오테이프 뿐입니다.
활성제, 안정제, 7일간의 대체식량, 7일간의 교대 시간을 반드시 준수하라.
이것이면 젊음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싸구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용품을 파는 것보다도 성의 없는 비디오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는 너무나 간절합니다.
관객들이 환호하던, 젊고 빛나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정말 무엇이든 할 그녀입니다.
수상한 사물함에서 받아온 젊음의 비약은 놀랍게도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활성제를 투여하고, ‘젊어진’ 육체에 안정제를 투여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존재하는 것은 엘리자베스가 아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로 돌아온 것입니다.
아니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이제 ‘수’입니다.
수는 엘리자베스가 담당하던 에어로빅 프로의 오디션을 보러 갑니다.
이제 다시 전성기로 돌아간 것입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젊음의 비약은 7일간의 안정제와 육체 교대가 필수적입니다.
젊음의 치기로 조금 늦은 육체 교대는 ‘본체’ 엘리자베스의 검지의 노화를 가속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이것이 파멸의 징조임을 본능적으로 눈치채지만, 서브스턴스 복용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젊음의 순간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수’는 엘리자베스가 본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늙어버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아줌마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수를 건방지게 생각합니다.
그 젊음과 그 아름다움은 ‘내’ 것인데, 왜 자기가 주인인 양 나서는지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젊음은 육체 교대의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본체는 이제 점점 ‘할머니’가 되어갑니다.
본체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동창을 만나는 것을 포함해서- 두려워하며, 은퇴 선물로 받은 요리에 몰두합니다. 아니 집착합니다.
결국 소통은 단절됩니다.
늙음은 결국 젊음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젊음은 일방적으로 늙음을 착취합니다.
젊음은 이제 다시 ‘늙은’ 육체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습니다.
연초 특집방송이 시작됩니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 이후 엘리자베스의 파멸은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결국 ‘수’는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스파클인데, 육체 교대를 하지 않으면 닥칠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멍청했나 하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개월간 ‘그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멍청했든지 흥분했든지….
연말연시를 맞아 방영하는 특별 쇼에 나갈 만큼의 안정제도 없을 정도도 생각을 못 했다고 지적한다면 필자가 너무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를 난사하다가 쓰러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 정도의 집착이라면 이러한 결말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피를 많이 뿌렸다는 것 정도입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족.
‘한물간’ 섹시 배우가 퇴물이 된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주연배우 데미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주연배우의 일대기를 알면 더 좋겠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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