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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바비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비와 현실 세계를 탐구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비라는 인형은 그 이름 자체를 인형의 대명사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브랜드가치를 지니고 있는 인형입니다.
이제는 한물간 인형 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바비의 제조사인 마텔의 매출이 ‘2022년’ 10억달러 이상이라는 통계를 보면 여전히 ‘인형 놀이’는 인기 있는 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고도로 성장한 현대 경제체제에서 기업의 순이익도 아닌 ‘매출’이 1조 이상이라는 것으로만 따진다면, 2023년 한국에서만 250여개 기업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전 세계’를 주름잡을 매출은 아닌 것입니다.
‘바비’는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추억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가지고 노는 인형일 수도 있겠으며, 누군가에게는 외모지상주의를 가속한 비판의 대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위의 모든 내용이 아마 해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바비’라는 인형의 위상은 그냥 ‘서양에서 유명한 여자애 인형’ 정도가 아닐까요?
굳이 구구절절 마텔의 회사규모와 바비의 영향력에 대해 적은 것은 이 영화는 ‘바비’를 봤을 때 ‘딱’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온 세상이 ‘분홍색’인 바비월드를 잘 조형해 보여줍니다. 잠시 뒤 만나게 될 ‘현실’세계와는 상당히 대비가 되는 모습이죠.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말들을 하는 ‘바비’와 ‘켄’ 인형들의 모습도 상당히 잘 조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노출하는 ‘바비’인형에 대한 추억과 모습들은 인형에 대한 추억이나 맥락이 없는 사람이 볼 때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바비’라는 인형을 그냥 영화 속 소재 중 하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영화 초반에 거창하게 소개한 ‘인형’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현재진행형인 ‘소중한 기억과 추억’의 감정이 담긴 '인형' 그 이상의 것으로 볼 것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비’에 대한 아무 맥락과 감정이 없는 저에게는 ‘바비’와의 추억을 회상하기보다는, 영화가 예술영화인지 상업영화인지 노선을 좀 더 분명히 해줬으면 하는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반응형‘바비’는 현대 성평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은 예술영화라기에는 한 두줄 주요 대사로 퉁 치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하고, 생각없이 즐기는 상업영화라기에는 대사를 읽다가 머리가 아파 질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약간 애매한 부분들은 바비에 대한 추억과 함께한다면 상당 부분 만회가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에서 대놓고 ‘추억 속’ 바비의 모습과 ‘추억 속’ 인형들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비에 대한 추억이 없어도 너무 없는 한국에서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바비’에 대한 맥락없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바비’와 아무 연관이 없는 관객들을 끌어들일 유인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렇게 설정된’ 인형을 가지고 이야기를 짜다보니 약간의 모순도 발생합니다. ‘켄’은 ‘바비’의 남자친구로 설정되었는데, ‘바비’가 ‘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왜 ‘남자친구’로 설정을 한 것일까요. ‘바비’가 ‘켄’을 좋아하는지 안 하는지는 ‘바비’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인형’을 가지고 노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 정체성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은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 할 일입니다. ‘그렇게 설정’된 인형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이, ‘그렇지 않게’ 사용하거나 ‘그렇게’ 사용하는 것 모두 ‘사용자’에게 달린 것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말 부에 ‘바비’는 인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을 찾은 ‘인형’이라니 ‘어폐’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듯 합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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