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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그림자영화 감상 2025. 2. 28. 21:02
이하의 내용에는 카라바조의 그림자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적었을 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라파엘로와 함께 3대 거장으로 불린 그 미켈란젤로가 아닌 ‘카라바조’라는 사람이 떠오르는 사람은 적을 것입니다. 거기에 적절하지 못한 사생활 때문에, 재조명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화가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교황의 명만을 받는 직속 성당기사인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명령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소위 '카라바조'의 사면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기사에게 화가의 사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미학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그림자의 입에서 직접 언급됩니다. 하지만 교황이 그림자에게 바라는 것은 미학적 판단이 아닙니다.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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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영화 감상 2025. 2. 25. 17:13
이하의 내용에는 메모리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비아와 사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자극적으로 쓰자면 치매 환자와 성폭행 피해자의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고, 알코올중독이자 각종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여성과 한때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동생에게 ‘부양’되어야 하는 남성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 설명이 없이 관객에게 보이는 실비아는 약간 신경질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제 나름 성인에 가까워지는 딸을 과보호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비아는 관객과의 첫 만남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서도, 그녀는 홀로 자리에 앉아 ‘그들이’ 즐기는 것을 감상하기만 합니다. 옆자리에 남자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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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영화 감상 2025. 2. 20. 15:10
이하의 내용에는 노스페라투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 공포 영화들은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깜놀’(점프 스케어)이나 단순히 무섭게 생긴 귀신 유령 괴물로는 이제 관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디즈니 캐릭터들을 영화에 등장시켜 죽이거나 잔혹한 살인마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깜짝 흥행하기도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비교적 공을 들인 공포영화가 본전도 못 건지고 망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2025년에 ‘고전’ 뱀파이어 영화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감상한다면 어떨까요? 특별한 재해석이나 현대화라고 할 것 없이 고전 그대로를 옮긴다는 느낌이라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고전에 충실한 노스페라투는 한국 관객의 취향을 공략하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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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 - 2025년 2월일반 2025. 2. 15. 18:45
2025년.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순수’ 영어로 된 메뉴판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메뉴판’의 메뉴부터 벌써 영어이니 벌써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입니다. 과거 무분별한 한자어 사용에서 그것이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한자로 ‘발전’이나 ‘진보’ 같은 단어를 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국한문혼용체에서 순한글 사용으로 발전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어에서 영어 사용은 단순히 한국어에 없는 단어나 최신식 학술 용어라서 번역이 마땅치 않은 부분에서 사용되는 것을 넘어 거의 모든 단어를 영어로 대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었던 ‘영어’ 원어로만 표현된 메뉴판은 더 이상, SNS 속 이야기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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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잉 업영화 감상 2025. 2. 10. 15:19
이하의 내용에는 쇼잉 업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각을 전공한 리지는 전시회 준비에 한창입니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작업실에서 조각들과 씨름하다, 날이 밝은 것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집주인이자, 예술을 전공하는 동종업계 종사자이자,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예술인으로서 경쟁자인 조는 수도를 고쳐줄 시간은 없고 근처에 타이어로 그네를 만들 시간은 있어 보입니다. 아니면 계속 찬물에 씻어야만 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리지의 피해망상일까요. 어느 것 하나만 삐걱대도 제대로 완성되기 어려운 것이 예술입니다. 찬물만 나와서 샤워를 만족스럽게 할 수 없는 것은 중대 문제입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이던 리지는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마치 새가 퍼덕이는 것 같은 소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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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영화 감상 2025. 2. 7. 13:30
이하의 내용에는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라는 영화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따라서 이하의 감상은 상당히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내용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의 극중 배경은 분명히 2020년대 이후 현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만, 필자는 마치 90년대 도색잡지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도색잡지. 영화의 배경은 현대지만 그 알맹이는 90년대 성인잡지의 내용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남성기·여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자지, 보지라는 표현을 하기가 민망한지, ‘1번’ ‘2번’이라는 자기 주도적 검열을 정당화하고, 놀랍게도 주인공은 1번 2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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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소닉3영화 감상 2025. 2. 1. 14:37
이하의 내용에는 수퍼소닉3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벌써 3편째 개봉하는 소닉영화입니다. 소닉·너클즈·테일러의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이라고 하면 정확할까요? 과거에 잘못된 실험의 결과로 봉인되었던 섀도우가 풀려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소닉이 다정한 그의 친구인 톰을 만나지 못했다면, 발생했을 세계선이라고 한다면 섀도우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인간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실험으로 인해, 친하게 지내던 여자아이(제럴드 로보트닉의 손녀)가 사망하고 본인도 봉인되었던 섀도우는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소닉과 동료들은 그를 막아보려 하지만, 섀도우는 강합니다. 오히려 소닉팀과 비밀리에 의논하던 세수통(GUN)의 총사령관이 사망하고 맙니다. 궁지에 몰린 소닉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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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영화 감상 2025. 1. 31. 09:40
이하의 내용에는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국희의 성공기입니다. IMF 때문에 한국을 떠나 콜롬비아로 이민을 온 국희가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국희의 아버지는 나름 전우였던 ‘박 병장’을 상당히 믿었습니다만, 아버지의 허풍 섞인 자랑은 박 병장과 그가 전우였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거짓이 아니었던 것은 박 병장이 실제로 콜롬비아에서 한인들 그리고 상인들의 실세라는 것입니다. 아직 체계가 잡히기 전, 세금을 내는 놈이 바보라는 생각을 가진 상인들이 대다수인 시절, 당연하게도 박 병장은 밀수를 통해 부를 축적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배워가는 국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커지는 밀수 판에서, 전수영이라는 또 다른 밀수업자와 만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