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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덜레이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만덜레이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피아 보스 딸의 이상주의 농장 만들기입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흑인 노예들이 공식적으로 ‘노예제’가 철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예 상태로 예속되어 있음을 목격한 마피아 보스의 딸-그레이스-이 이들을 자유인으로 만들고 새로운 마을 건설을 위해 일한다는 내용입니다.
새장의 새를 자유롭게 풀어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마피아’ 보스의 딸이라는 사소한 점을 제외하더라도,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주의를 관철하려 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은 일견 가련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그레이스의 말이 틀린 것은 없습니다.
노예제는 폐지되었고, 노예로 노동하던 이들은 일정량 정부에서 정한 보상을 받고 새출발할 권리가 있습니다.
영원한 노예는 없는 법입니다. 이제는 법적으로 모두 자유인, 미합중국의 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두 ‘자유’를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그레이스가 마을 앞에서 참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노예 신분이었던 이들이 갑자기 각성하고 계몽하여 민주주의 사회에 녹아든다는 것은 꿈같은 일일 것입니다.
과거 노예 신분이었던 이들과 태어날 때부터 자유인인 사람들 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어찌 보면 노예였던 이들이 자유인이 되라는 ‘명령’을 받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과도기적 과정일 것입니다.
사실 과도기적 과정을 극복하는 방법은 일관적인 정책의 방향성 유지, 개개인의 계몽과 각성, 지식인들의 참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마을의 규칙이었던 노예들을 억압하던 ‘마님의 법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자유인들의 마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맞닥뜨린 현실은 상당히 힘듭니다. 간단할 것 같아 보였던 면화 농사를 시작하는 것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냥 노예들을 착취하고,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처럼 보였던, 마님의 법칙은 의외로 유용한 ‘생활의 지혜’와도 같아, 그레이스도 때에 따라서는 신념을 살짝 굽히고 마님의 법칙을 인용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농사가 잘 되지 않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나이 든 노파는 병든 아이가 먹을 고기를 훔쳐 먹습니다. 결국 아이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그레이스는 마을 주민회의 판결에 따라 노파를 처형합니다.
거기에 더해, 극 후반부에 사실 자유인처럼 행세하던 한 노예-만시족 또는 만사족-가 그저 그레이스와 ‘섹스’를 위해 긍지 있는 척 행동했다는 사실은 그레이스를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결국 그레이스는 계속된 실패 끝에 마을을 포기하고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와중에 밝혀지는 마님의 법칙에 대한 진실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마님의 법칙은 사실 집사 역을 맡은 노예가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집사는 이어서 그레이스가 마을을 떠나는 것을 막으며 새로운 ‘마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레이스는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이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는 마을을 건설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녀가 한 것은 가혹한 영주의 자리를 대신한 온화한 영주 역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마을에서 탈출하며, ‘이건 아니야.’라고 읊조리는 그레이스의 마지막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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