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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IMAX 포스터 이하의 내용에는 플래시의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DCEU는 ‘맨 오브 스틸’ 이후로 여러 dc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묶어낸 세계관을 뜻합니다. 다만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주요 영웅들의 서사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뒤틀어 놓는 등 제대로 기능한 세계관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워너측은 여러 대책을 강구해 봤지만 -잭 스나이더 체제, 월터 하마다 체제, 소프트 리부트 등-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슈퍼맨’ , ‘배트맨’, ‘원더우먼’ 이라는 걸출한 영웅들을 데리고도 말입니다.
그 결과 새로 부임한 제임스 건 체제에서는 dceu의 모든 내용을 ‘초기화’하고 2025년 슈퍼맨 레거시 부터 ‘DCU’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고 합니다. (블루비틀, 아쿠아맨 2 같은 경우는 애매하지만 dcu에 편입된다고 합니다.)
그 ‘초기화’를 담당하는 것이 이번 영화 플래시 입니다. dceu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대미를 장식하는 ‘플래시 포인트’라는 점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었습니다. 주연배우 ‘에즈라 밀러’의 각종 범죄 논란이 일어나기 전 까지는요.
그의 범죄논란이 어느 정도 부풀려져 확대 재생산 된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주요 범죄혐의는 소문이나 음해가 아닌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플래시는 개봉 전부터 영화의 폐기를 검토할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워너측은 ‘주연배우’의 치명적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플래시 개봉을 강행하였습니다만 현재 흥행추이로 보니 그다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2억달러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보아 ‘최악’의 흥행참패라고 보는게 더 맞습니다.
다만 이 정도로 외면받을 영화였는가 라고 돌이켜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플래시는 그 동안 dceu에 부족했던 납득할 만한 서사를 가진 영화입니다.
플래시는 영화에서 자기자신의 초능력에 대한 설정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저스티스 리그’와의 협업도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불만 아닌 불만이었던 점은 예고편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dceu의 실망스러운 전적이 있으니 이번엔 어느 정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마케팅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dceu는 ‘플래시’처럼 적당한 액션, 납득 가능한 서사가 있는 ‘개별 영화’들이 쌓여서 ‘저스티스 리그’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이미 세계관이 끝나버린 마당에 이런 영화가 ‘비로소’ 나오다니 참 역설적입니다.
요새 유행이라는 ‘평행우주’, ‘멀티버스’ 역시 플래시에서 등장합니다. 다만 이 설정을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이 ‘스파게티’를 통해 설명하는데 상당히 그럴듯 해 보입니다.
요점은 시간여행으로 모든 역사를 다 바꿔버릴 수 있는 것 처럼 보여도 바꿀 수 없는 ‘사건’(절대적 사건, 운명의 교차로)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플래시의 경우에는 그의 ‘어머니’의 죽음이 되겠습니다.
반응형초반부의 배트맨(벤 애플렉 분), 플래시의 액션 및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멀티버스 설명까지 매우 깔끔하게 끝낸 플래시는 이제 절정으로 달려갑니다.
슈퍼걸의 도움으로 능력을 되찾은 플래시는 조드 장군과의 최후의 일전을 벌입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남자와 슈퍼걸 그리고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이 함께해도 ‘조드’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을 되돌리자는 ‘어린’ 자기자신을 보며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플래시’. 그 역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영웅이었기에 ‘절대 바꿀수 없는’ 사건이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임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지점까지는 납득이 가는 초기화(리부트)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플래시 배리 엘런은 토마토 소스를 원래 자리가 아닌 조금 위의 선반에 올려놓는 ‘변화’를 가합니다.
혹자는 2시간동안 도대체 뭘 한 것이냐 하며 극도의 혹평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만 왜 그런 결말이 나왔는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애시당초 처음 기획 당시에 플래시는 dceu의 마지막 영화가 아니라 부진을 겪고 있는 dceu에 ‘변화’를 주기 위한 영화였습니다.
만약 토마토 위치를 바꾼 다음에-혹은 토마토 위치를 바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슈퍼걸’과 ‘배트맨’이 나와서 축하해 주고 그 ‘둘’이 정식으로 세계관에 편입되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슈퍼걸과 배트맨이 영화에서 약간 소모적으로 사용되었고 그들의 세계도 구하지 못했지만 이제 ‘정식’으로 ‘dceu’에 편입되어 활약을 할 것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토마토 위치를 바꾼 것은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dceu는 이제 모든 세계관을 초기화하고 전면 재시작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팬들이 고깝게 볼 만한 요소가 가득해집니다.
첫째 2시간동안 영화에서는 ‘바꿀 수 없는 것’,‘답이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런데 왜 마지막에 그것을 지키지 않는가.
둘째 영웅이라는 플래시는 왜 몇 번 해보지도 않고 ‘어린’ 플래시의 세계를 포기하는가. 조금 더 노력해봐도 되지 않았을까.
셋째 결국 토마토 소스를 자리에 돌려놓는다면 ‘슈퍼걸’, ‘배트맨’의 세계는 멸망하는 것인데 그들이 정식으로 dceu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라면 그 세계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넷째 마지막에 타락한 과거의 자신과의 최종결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충돌하는 여러 세계들의 cg가 너무 조악한 것이 아닌가.
이 밖에도 그동안 dceu에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플래시의 결말에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플래시가 토마토 소스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돌려놓았는데 아버지가 무죄판결을 받는 결말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 배우의 배트맨은 쿠키영상에서 그 유명한 배트맨 신용카드를 보여주는 정도로 했으면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던 플래시는 dceu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제 이 세계가 어떻게 될런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플래시의 흥행참패는 블루비틀, 아쿠아맨2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듯 합니다.)
이제 끝나버린 dceu에 미련을 갖기 보다는 2025년에 새롭게 출발하는 dcu의 슈퍼맨 레거시에 정말 많은 기대를 가져 봅니다.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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